" 잠시 교회를 떠나 있을 때면, 고통 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 - 본문 18p에서 -
신앙생활을 하면서 '꼭 교회를 다녀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일날 아침에 시간을 맞춰, 교통지옥을 뚫고 교회에 나가는 것만도 힘든데, 교회에 가면 왠지 불편하고 거슬리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때로 목사님의 설교가 마음에 안 들고, 찬양은 촌스럽거나 너무 요란하게 느껴지고, 기도는 또 왜 그렇게 긴지, 일어났다 앉았다 의미도 모를 순서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왜 내가 바쁜 시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의문이 듭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교회에서 사람에게 실망하고 관계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나 혼자 하나님 믿고, 성경 읽고, 기도하고, 말씀대로 살면서 신앙생활 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자인 필립 얀시는 어린시절 근본주의적인 미국 남부 교회에서 자라났다가, 교회에 회의를 느끼고 오래동안 교회를 떠나 방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사람들이 왜 교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의문과 불평의 눈초리를 보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교회가 왜 세상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대안"이며, 미숙하고 형편없이 뭉개진 음이지만 천국의 음악을 연주하는 유일한 오케스트라인지를 역설합니다. 현실의 교회가 아무리 이상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어도 우리는 여전히 교회를 통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영적인 유익을 얻습니다. 하나님이 그 불완전한 모습의 교회를 사랑하시고, 은혜를 베푸시며, 그 속에 임재하시고 동행하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것은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혼 전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보이던 배우자도 막상 결혼해서 살다보면, 왜 그렇게 흠이 많고 마음에 안드는 구석 뿐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지만 뒤집어놓고 보면, 배우자의 눈에 비친 내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완벽하지 못한 모습의 상대를, 자신을 용납하고 참아주고 너그럽게 여기는 것처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그것이 결혼의 신비이고, 하나됨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교회도 이와 비슷하지요. 부족한 사람들이, 그것도 그처럼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 공동체에 '이상주의적인 기준'을 갖다대며 날선 비판을 퍼붓는 사람들이 더 문제일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필립 얀시는 교회에 대한 적절한 비유로, 알콜 중독자들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AA모임'이나 '응급진료소'를 듭니다. 하나님의 AA 모임, 천국의 응급진료소와 같은 곳이 바로 교회라는 것입니다. 흠 많고 문제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은혜되는 곳,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 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온전히 드러나는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 모인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신 사랑과 구원을 세상에 드러내려는 '모험'을 감행하셨고, 우리 자신 또한 그 '모험'의 일부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아무리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일지라도 우리의 자만심과 교만을 무장해제시키고 겸손을 배우게 하는 하나님의 지혜이고, 능력입니다.
임직을 준비하는 직분자들에게 필독서로 읽혔습니다. 직분자로서 교회를 섬기기 전에 먼저 교회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고, 나아가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고 비록 불완전하지만 하나님이 부여하신 교회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바랬습니다. 교회에 대해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이 책에서 던지는 주제들과 질문들을 심각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문제많고 흠많은 '현실'의 교회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이상'과 천국의 비전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신비와 섭리를 깨달을 때, 보이는 교회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고백처럼, 그 교회의 일원으로서 더 많은 것을 함께 이루어가고 싶은 소망과 기대가 생길 것입니다.
배준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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