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패션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를 보면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위치를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인만큼 옷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요즘은 동네 마트나 집 앞 공원에만 나가도 후줄근하게 입고 나오는 사람이 없고, 다들 세련된 최신 유행 패션으로 무장(?)하고 나오는 것을 봅니다. 유행이나 세련됨보다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남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서구 사람들과 대조적인 편이지요.
그런데 오늘 말씀을 보면, 하나님도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제사장의 옷에 대해 소재와 패턴, 디자인, 장식품 하나까지 세심하게 지적해 주십니다. 심지어 그 옷을 통해 제사장을 ‘영화롭고 아름답게, 존귀하고 명예롭게’하라는 패션철학(?)까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제사장 패션까지 챙기시는 이유가 뭘까요? 제사장의 옷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 때문입니다. 제사장은 그가 입은 옷과 그가 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 그 분의 존귀하심을 보여줍니다. 옷과 일이 분리되지 않고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제사장의 옷은 신약에서 ‘그리스도의 옷’으로 바뀝니다. 모든 성도는 왕같은 제사장으로서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한다고 합니다. 즉, 그리스도와 연합해서 그 분의 의를 덧입어야 하고(갈3:27), 또한 그분의 의로우신 성품에 합당하게 날마다 살아가야 합니다(골3:12).
아침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으면서,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할 것입니다. 거울을 보고 옷이 얼마나 단정하고 잘 어울리는지도 확인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도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그리스도께서 나를 그 분의 의로우심과 아름다움으로 옷 입혀 주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도 그리스도 예수를 옷 입은 사람으로서, 어려움이 있어도 인내하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이 되며, 겸손하고 신실하게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패션의 완성은 가방이다, 구두다, 얼굴이다’ 이런 저런 말이 있지만, 진정한 패션의 완성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은 사람은 무슨 옷을 입어도 자체발광이 됩니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그리스도로 옷 입음으로, 세상에 그리스도를 빛내고, 주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는 진정한 ‘패션 종결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배준완 목사
QT묵상집 <복있는사람> 2018년 9-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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