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이기는 감사

시편 30:1-12



언젠가 제가 존경하는 한 분이 가벼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은 오래 동안 컨설팅 관련 분야에서 승승장구 해왔던 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의 강의와 조언에 감동을 받아 인생의 길을 새롭게 찾고, 수많은 조직들이 획기적인 전략수정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좌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니,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더구나 그 분은 신앙심이 정말 깊은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 잘 믿고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우울증 같은 건 모르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오늘 시편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편의 저자도 한 때 모든 일이 형통하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그는 깊은 수렁에 빠졌고, 영혼이 죽음의 감옥에 갇힌 듯한 어둠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과정 속에서 주옥같이 아름다운 감사의 찬양을 노래합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바로, 하나님의 본심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 주의 성도들아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의 거룩함을 기억하며 감사하라 그의 노염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5,6)” 하나님의 본심은 우리를 고통과 우울 가운데 내버려 두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에게 영원히 지속될 단어는 진노가 아니라, 은총이며, 다함이 없으신 사랑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우울과 영혼의 어두운 밤은 무엇입니까? 시인은 그것을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라고 표현합니다. 눈물과 슬픔을 어쩌다 찾아와 하룻밤 머물고 가는 불청객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불청객은 아침이 오면 자기 갈 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본심을 잊고 자기연민에 빠지면, 하루 밤 머물다 갈 뿐인 눈물과 우울을 아예 끌어안고 살게 됩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돼서 감사가 없어집니다. 마음이 우울한 사람들은 남들이 행복해 할 때 더 우울합니다. 나는 이렇게 슬픈데 왜 하늘이 저렇게 푸르냐고 원망합니다. 사람을 보고 주위를 보면 안 됩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을 기억하고, 그 분의 본심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면, 똑같은 상황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열립니다. 지금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고통이나 우울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소망과 회복을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밤이 찾아와도 견뎌내고 아침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믿음의 사람도 우울증을 겪고 낙심의 수렁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거기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계절이 지날 때 찾아오는 감기처럼, 우울증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슬픔은 감사를 이기지 못합니다. 어떤 수렁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보다 더 깊지는 못한 법입니다.


배준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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